우리 시어머니 이야기
푸른들
어제 이런 신랑이랑 살아요.에 이어서 시어머니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결혼할때 홀시어머니이었습니다. 신랑 어릴적부터 별거를 시작하셨고, 5남매를 혼자 억척스럽게 키워내신 분이셨어요.
저 결혼하고 3년째 되던 해........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7개월을 의식없이 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벌써.. 6년전 일이네요..
교육열이 많은 분은 아 분은 아니셨는지, 저희 신랑이 지방 국립대 진학하는것도 반대하셨대요. 그냥 집근처 전문대나 가라고..
형과 누나의 설득에 힘입어.. 국립대 진학했고 혼자힘으로 대학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나왔어요.
5남매중 유일하게 대학까지 공부시킨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많으셨어요.
같은대학을 같은과에서 만나 CC로 시작한 우리인지라.. 자랑스러운 막내아들이랑 같은 공부를 했다고..
4년내내 장학금 받고다닌 신랑과는 달리...... 두세번 반액받고 다녔지만 어째든 장학금 받고다닌 똑똑한 며느리라고 좋아라하셨어요.
첫명절에.. 다 구워놓은 생선을 담아오라는데, 제가옮겨담다가반토막을 내서.. ㅡ_ㅡ;;
그것도 어찌 잘 붙여담은것도 아니고 11자로 나란히 접시에 담아 들고 들아가도 공부만 해서 그런거라고 괜찮다하셨어요.
(지금생각하면 무슨생각으로 11자로 담아간건지..OTL;;; 암튼 그 뒤론 설겆이 외엔 안시키시더군요..)
사실, 저희 시어머니는 참.... 쉬운 분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혼자만의 기준으로 사신달까?
평범하지 않은 가치관에.. 독불장군, 고집이 장난이 아니셨고, 본인이 아니면 세상 누가 뭐라해도 아닌 분이셨어요.
여자든 남자든..... 멀쩡한 몸뚱아리를 갖고있으면 부업을 하든 뭘하든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신 분이시라..
전업이셨던 큰 형님과는 트러블이 참 많았습니다. 저 결혼하기전에 한 10년쯤 연을 끊다시피 하고 사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첫 명절에 역시나.. 큰형님과 시어머니가 싸우셨고, 저에겐 큰 충격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저에겐 한번도 큰소리 내신적은 없지만.......... 큰형님과 싸우시는 모습은.. ㅎㅎ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저희 결혼식에 저희보다 10년가까이 먼저 결혼한 작은형님 결혼식에 입으셨던 한복을 입고 오실까봐.....
예단,예물 모두 생략했지만, 어머니 한복비로 따로 50만원을 챙겨드리고 새 한복 해 입으시라고 신신당부해드렸지만......
ㅎㅎ 10년쯤 지난 공단한복을 꿋꿋하게 입고 오셨더군요.
결혼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제게 예물이나 예단 혹은 신혼집 마련에 대해 물어보신적도 없어요. ^^;;;; 결혼후에도 역시 없었구요.
결혼전에도 물론이고, 결혼후 돌아가실때까지.. 막내아들 신혼집에 한번도 안오셨어요...... 멀미가 심하시다고..
뭐.. 저희 친정엄마도.. 시어머니 상치를때 저희 신혼집에 처음 오셨으니, 피차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ㅋㅋ 저는 서운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편했던것 같아요.
결혼후 한달에 한번.. 몇만원안되는 용돈드리는 날엔 꼬박꼬박 전화를 드렸어요. (처음 몇달은 2주에 한번씩했어요.ㅋㅋ)
그때마다 전화세 많이 나온다고 전화끊기 바쁜 분이셨어요. 뭘 드려도 한번도 사양하는 법은 없으셨어요.
항상 쿨하게 고맙다 하고 받으셨지요. 힘든데 왜 사왔냐.. 이런 접대성 멘트는 절대 없으신 분이셨어요.
그런데 돌아가신 뒤에 보니, 저희가 보내드린 용돈을 만원 한장 안쓰시고 따로 모아두셨더라구요.. ㅠ_ㅠ;;;;;;;
작은아주버님이 정산하시면서.. 저희 몫이라고 돌려주시는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두번째 명절에는 한복을 안입고 내려갔더니, 한복입고 절하는게 보기 좋으셨다면서........
어디서 주워오신.. ㅡ_ㅡ;; 위아래 짝도 안맞은 십수년은 족히 된듯한 한복(이라하기 민망한 저고리랑 치마)을
굳이 굳이 입히시고는 절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사이즈랑 손목, 발목이 껑충이 나와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ㅡ_ㅡ;;;;;;;;;;;
그런꼴로 절하는데도 이쁘다고(?) 좋으시다고.. 함박 웃으면서 세뱃돈을 주시더군요. ㅎㅎ
고양이 키운다고.. 갖다버리라고하시다가도.. 제가 이 추운데 어떻게 밖에 내놔요.. 하면
듣고보니 또 그렇네.. 하시면서 날 따뜻해지면 버리라고 ㅡ_ㅡ;;;;;; ㅎㅎㅎ 나중에 다른집 보내줬다 거짓말하고 계속 키웠어요.
부탁하지않았는데도 시누형님들 아주버님들 동서형님들 모두 아시면서도 어머니에게는 쉬쉬~ 비밀을 지켜주셔서 감사했어요.
시댁가서도 늦잠자는 우리 부부를 기다리다 못해.. 저희 자고있던 안방에 몰래 들어오셔서 밥뜨다가 저에게 들키셨을때도
괜찮다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먼저 먹으려고 한거라고.. 저희더러 더 자라고 하시던 분이셨어요.. (안방에 밥솥이 있었거든요)
큰형님과는 사이가 안좋아서.. 도망다니며 구석을 찾아 숨어자는 큰형님을 굳이굳이 쫒아다니며 깨우시던 분이랍니다.. ^^;;;
어머니집은 구석구석 바퀴벌레가 드글드글하는 집이었지만.. 또 의외로 욕실조차 곰팡이하나 없이 락스냄새가득한집이었어요.
마치 폐품 수집상처럼 혼자사시는 방3개,거실,부엌까지있는 집에 가득가득 정체모를 물건들로 가득 쌓인 집이었지요.
나중에 돌아가시고나서 그거 정리하느라 형님들이 고생많으셨어요...
약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언제껀지 무슨약인지 정체모를 약도.. 일단 먹어두면 어디에든 좋을꺼라고 믿는 분이셨구요.
물파스보다 시원하다고 에프킬라를 몸에 뿌리고 다니시던 분이셨어요.. ㅡ_ㅡ;;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으셨죠.
객관적으로 참 쉽지않은 분이셨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난감하면서도, 재미있는 기억들을 남겨주신 분이에요.
가끔 신랑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효도한번 못한 것에 대해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일때면, 옆에서 참 안쓰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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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찬
마음이 짠하네요,,,, 불평가지지 말고.. 계실때 잘해드려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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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우리네 시골 엄마들이 다 그렇지요. 저도 울 엄마 생각이 나서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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